◇ 취재 한수풀의 보물을 찾아 기록하라! 마을기록자 양성과정

<바느질 기자단 김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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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을기록
 

황우럭만화천국협동조합(이사장 강창욱)은 ‘한수풀의 보물을 찾아서 기록하라 (마을기록자양성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다. 마을 주민 스스로가 진행하는 마을기록은 마을 자체와 마을 활동과 관련된 인물, 단체 등이 생산하는 모든 유형의 기록을 의미한다. 마을의 정체성을 지켜온 소중한 역사이자 후손에게 대물림하는 의미도 있다. 마을기록을 통해 평범한 개인의 일상이 마을의 역사가 되며, 마을 주민들이 참여를 통한 마을기록은 지속성을 확보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있다. 교육주제는 마을 자원론, 마을 자원 찾기, 마을기록 녹음 방법, 스마트폰 사진 편집기 앱 익히기, 유튜브 동영상 편집, 만화 그리기 및 캐릭터 그리기, 웹툰 만들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마을기록 경험 공유, 현장탐방 인터뷰 실습 등이다.

​저녁 7시. 여름의 문턱이라 아직도 밖이 환하다. 다양한 연령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들어온다. 퇴직하신 분도 계시고, 직장을 막 끝내고 부랴부랴 오신 분들도 계시다. 몸과 마음의 온도를 체크하고 꼼꼼하게 손소독을 한다. 자리에 앉은 참가자들은 세 번째 강의라 그런지 서로에게 친근한 인사를 나눈다. 마을기록에 관한 이론수업은 퍼실리테이션 방식으로 진행한다.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에 앞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을기록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다.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경치를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마르셸 프루스트

워밍업으로 보석반지에 자신을 소개하는 간단한 생각을 담아본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 제일 좋아하는 것, 소지한 자격증은. 잘 웃는다, 인사를 잘한다고 답한 분의 반지에 자꾸 눈이 간다.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상대방의 왼손을 그려본다. 손금을 보듯이 자세히 그려내기 위해서는 관찰이 필수적이다. 마치 아이처럼 A4용지 한 장씩을 받아들고 상대방의 왼손을 그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마을기록자 양성과정에 참가하게 된 동기도 손모양 만큼이나 다양하다.

윤광식: 2014년 제주에 와서 한림에 살고 있다. 건축설계사를 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참가했다.
이재정: 제주신화에 빠져서 살고 있고, 한림이 좋아서 참여하게 되었다.
이남근: 귀덕리에서 마을아카이브를 진행하고 있는데 보다 넓은 시야를 위해 참가하게 되었다.
이중한: 대림리에 살고 있다. ‘한수풀’이라는 이름을 좋아한다. 우리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김홍근: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에 높은 관심이 생겼다.
김진숙: 시집 온 지 30년이다. 부모님과 내 주벼의 이웃들이 살아온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
김애선: 읍사무소 옆 빌라에서 30년째 살면서 지역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창석: 개인택시를 하고 있고 한림읍 교통방송 통신원을 하고 있다. 마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마을은 무엇인가? ‘마을‘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당연한 질문 앞에 가끔은 멍해질 때가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마을을 포스트잇에 적어 생각을 나눈다. 내가 사는 동네,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지역공동체, 어울려 같이 살아가는 이웃들, 오랫동안 일정한 지역에 사람들이 살아온 동네, 함께 살아가는 공간,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삶터......

참가자들의 생각을 모으니 굳이 이론적으로 정의하지 않더라도 그려진다.

수업은 질문과 브레인라이팅 방식으로 진행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때로는 웃으면서 자신이 그렇게 쓴 이유를 발표하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에 앞서 자원찾기 활동을 진행한다. 마을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마을 자원 찾기 활동은 참가자의 아이디어를 극대화시키는 듯했다. 처음에는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을 써내다가 점점 깊이 들어가면서 내 주변의 소소한 것으로 눈길을 돌린다. 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들을 찾는 것 같았다.

금악목장, 큰여, 등대, 손바닥선인장, 모살개포구, 한림항, 수원리포구, 조물캐, 옹포천, 명월성, 비양봉, 금오름, 느리지오름, 정물오름, 천아오름, 해수욕장, 벚꽃길, 조기 떼는 풍경, 올레, 용천수, 광산길, 대림리 활궁터, 폭낭....

이렇게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분류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마을기록자의 관점에서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진숙: 한림읍 전체 폭낭지도를 만들면 좋겠어요. 폭낭은 제주 어느 마을에나 가면 보이지만, 그 폭낭 아래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다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겠어요.
고창석: 어려서 천아오름으로 소풍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 때 찍었던 사진들만 모아놓아도 좋은 아카이브가 될 것 같습니다.
김홍근: 옹포천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참 많다. 예전에는 식수로도 사용했다. 물을 길러 간 적이 있다. 목욕도 많이 했고. 옹포천과 관련된 인터뷰, 사진등을 찾아보면 좋은 기록이 될 것이다.

강창욱: 오랫동안 오일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을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어제 안에 오늘이 있고, 오늘 안에 어제가 있다.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많은 자원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 오래된 기억이 남아있는 지층을 찾아내는 일, 마을기록이 꼭 필요한 지점이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하는 질문과 함께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음 수업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

<한수풀의 보물을 찾아라 인물자원 1> 영희산파 인터뷰 취재

영희산파 ♂♀

마을기록자가 되기 위해 꼭 배워야 할 과정이 인터뷰를 통한 기록이다. 개인이나 집단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일. ‘한수풀의 보물을 찾아라’ 인물자원 발굴하기에서 우리는 ‘영희산파’ 혹은 ‘영희간호원’이라 불리는 김영희(91) 어르신을 선정했다. 직접 댁으로 방문해서 현장탐방 실습을 진행해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황우럭만화천국 카페에서 진행했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기억을 술술 풀어내는 모습에 참가자들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경청했다.

김영희(91) 어르신은 1951년 4월 5일부터 제주도립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간호교육을 받기 시작하여 1955년 제1회 간호검정자격시험에 합격, 간호사자격을 취득했고, 1961년에 조산사 자격을 취득했다.

김영희: 이렇게 아무런 계획도 없이 저의 살아온 역사를 이야기하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한림읍 귀덕 2리에서 태어나서 귀덕초등학교 4회 졸업입니다. 가족은 4남 3녀 중 제가 큰딸입니다. 51년 4월 5일부터 제주도립병원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도립간호학교를 설립한다고 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허가를 못 받아서 55년 1회 간호검정자격 시험에 합격하여 간호사로서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61년도 5·16 당시에 조산사자격 검정에 합격했습니다. 제주도립병원에 근무하다가 북군보건소에서 근무했습니다. 보건소를 짓기 전, 강세일, 한수리 함병훈씨와 함께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한림1리 송00(연탄공장 했던 곳)에 집을 빌어서 보건소를 시작했고 세 분이 함께 근무했습니다. 저는 1년도 되지 않아 도립병원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근무를 하다가 제주시 도립보건소에 근무하다가 65년에 북군보건소로 왔습니다. 저기 묵은 보건소에서, 벽돌을 나르면서 집도 짓고 근무를 했습니다.

한 호흡에 풀어낸 이야기는 제주의 현대 의료역사를 펼쳐보는 일이었다. 여기서, 잠깐 현재 제주의료원의 변천사를 알아보는 것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10년 제주도 삼도동 154번지에 자혜의원으로 발족
-1927년 전남도립제주의원으로 개정
-1946년 도승격으로 제주도립병원으로 개칭

현대적인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던 때였다. 제주에서는 4·3사건이 진행 중이었고, 6·25 전쟁 직후였다. 누구나 열악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림지역에 보건소가 없던 시절, 벽돌을 나르면서 북군보건소 설립에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희: 간호사를 하다 보니까 6.25 후에 도립병원에서 김일성 대학을 나온 박

사들이 각 과에 원장으로 있었습니다. 의사들이 각 과에 2~3사람이 있어서 6개월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저는 안과로 시작을 해서 내과, 산부인과, 외과, 수술실 안 해본 것이 없습니다. 4·3 사건 때 죽은 사람들이 병원으로 시신이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해부도 지켜보고 같이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625 때 피난을 온 김일성대학 출신의 박사들이 병원에 근무했다고 한다. 간호인력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도해주었고, 김영희는 병원 근무에서 익힌 전문성을 바탕으로 북군보건소에서 근무를 하면서 모자보건 분야에 헌신하게 되었다.

김영희: 당시, 북군 관내 조산원 간호사는 저 혼자였습니다. 보건간호사로서 6개 읍면 추자도 까지 근무하는 보조간호사들을 보건소에서 한 달에 2번 교육을 시키고 했습니다. 62년부터 가족 계획을 권장할 때였습니다. 당시에 모자보건과 가족 계획 요원(9개월 교육 코스를 이수한 사람)을 읍면마다 두었습니다. 9개월 코스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각 읍면에 한 사람씩 배치가 되었습니다. 제가 보건소에서 한 달에 2번 교육을 시켰습니다. 또 모자보건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나왔는데, 산모에게 비닐과 비타민 등을 나눠 주었습니다. 집에서 분만할 때는 보리낭을 깔아서 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파상풍으로 많이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비닐을 미리 나눠주고, 비타민도 나눠주고 그렇게 하면서 등록시켜서 관리했습니다.

그렇게 김영희는 보건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돕는 산파 역할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 여성들이 집에서 출산을 하던 시절이었다. 산파는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순산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고, 출산 후 탯줄을 자르는 등 해산의 전 과정을 돕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산파 역할을 했다. 이후 현대적 의료법이 도입된 뒤인 1914년에 제정된 「산파규칙」에는 전통적으로 산모를 구완하던 사람의 이름을 ‘산파’라 부르게 했다고 한다. 1952년 의료법 개정으로 조산원이 되고, 1987년 다시 법이 개정되어 조산사助産師가 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의료 발달과 보편화로 집에서 아이를 낳기보다는 조산원이나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게 된 것이다. 보리낭을 깔고 아이를 분만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시절의 이야기는 같은 여성으로서 아프게 다가왔다.

제주도에서도 출산은 주로 산모와 가족끼리 치르는데, 만약 난산일 때에는 마을에서 출산 경험이 풍부한 여자 어른을 청해 부탁한다. 이런 사람을 ‘아기할망’, ‘삼승할망’, ‘아기네 우레뎅기는 할망’, ‘아기 네와주는 할망’ 등으로 부르는데, 모두 아기를 낳게 해주는 할머니라는 뜻이다. 아기할망은 이른바 아기의 출산과 양육에 신력神力이 있다고 인정되는 존재이다. 그래서 아기할망이 배를 쓸어주면 통증이 완화된다고도 하며, 간혹 아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무속의례를 행하기도 한다. 이후 출산을 도와준 아기할망에게는 밥과 생선, 국 등의 음식으로 사례한다. 제주 동남부지역에서는 산파를 마을에서 ‘유식한 할망’, ‘아기할머니’, ‘애기할망’이라 부르는데, 해산이 다가오면 가족들은 큰솥에 물을 가득 넣고 끓이면서 산파를 모시러 간다. 산모가 쉽게 아기를 분만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애기할망’의 지시에 따라 가족들은 집의 모든 문과 궤의 문, 솥뚜껑 심지어 물 항아리 뚜껑까지 열어놓는다고 한다. 때에 따라서 아기가 아버지를 봐야만 분만을 쉽게 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남편이 종종 산모 옆을 지키기도 한다. 제주 동북부지역에서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마을에 ‘삼승할망’, ‘삼신할머니’라 불리는 무녀가 해산을 도왔다고 한다. 하지만 대개의 집에서는 산파를 따로 두지 않고 혼자 낳거나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혹은 시할머니나 형제자매가 아기를 받아주었다고 한다.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에는 남편이 해산을 돕기도 하였다. 북촌마을의 한 남성 제보자는 온 가족이 제사를 지내러 친척 집에 간 사이에 부인이 셋째 딸을 출산하게 되어, 본인이 직접 물을 끓이고 ‘갈중이’로 아기를 받았다고 한다. - 『한국의례일생사전』중에서

김영희는 제주도립병원과 보건소에서 근무를 하다가 1973년에 보건소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김영희조산소>를 개업하게 된다. 함께 가지고 오신 조산기록부에 빼곡하게 남아있었다. 73년부터 임산부의 이름과 나이, 보호자, 주소, 출산아기의 성별, 체중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50년이 지나도록 버리지 못하고 지켜온 작은 노트는 삶 그 자체였다. 18세부터 45세 정도의 가임기 여성들의 출산 기록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최상훈: 혹시 아이를 받았을 때 한림에서 제일 처음 받은 아이를 기억하십니까?
김영희: 그것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제주도립병원 산부인과와 보건소에 근무할 때부터 아이를 받아서 천 오백 명 정도 아이를 받은 것 같습니다.
최상훈: 아이를 받았을 때 기억나는 아이나, 사정이 딱하거나
김영희: 가정이 곤란한 집은 무료로 하기도 했습니다. 한 집에서 셋, 네 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만나면 우리 집 아이들 건강하게 잘 큽니다 하면 정말 반갑습니다. 결혼해서 손지가 몇 개우다 말해줍니다. 그러면 저도 반갑지요.
최상훈: 선생님이 받은 아이들이 혹시 알아보는 경우도 있습니까?
김영희: 많습니다. 한림2리에도 있고. 제가 받은 아이가 3개 읍면, 납읍, 상가, 애월, 고내, 신엄, 한경면 조수, 낙천 고산 등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최상훈: 조산원에서 낳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출장을 가셨네요?
김영희: 간판만 달아가지고 그때는 집에서 가정분만을 하니까 데리러 옵니다. 소식을 들어서 델레 옵니다. 옛날에는 차도 없고 오토바이나 경운기를 빌어서 데리러 옵니다. 데리러 올 때는 오토바이로 태워 가고 출산한 이후에는 마을에 오토바이나 경우가 몇 개 되지 않을 때여서 월림이나 금악에서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차가 없으니까.
최상훈: 그러면 애 낳을 때 처음 보시는 임산부들이었나요?
김영희: 보건소에서 진찰받고 상담했던 사람들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은 소식을 들어서 데리러 옵니다. 한 번은 한경면 사람인데 몸이 아파서 굿을 10번이나 했는데도 낳지 않고 해서, 몸이 아파도 낳지 않는다고 집에 왔습니다. 진찰해보니 50세 지난 사람이었는데 임신 6개월이었습니다. 임신한 줄도 모르고, 병원에 가도 아무 말도 안하더라고 했습니다. 그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애기 낳을 때는 우리 집에서 낳고 하룻밤 자고 갔습니다. 미역국도 끓여 드리고, 그분 아들 낳고 갔습니다. 아픈 것도 없어지고 아들 낳아서 반가워서 돌아갔습니다.

인터뷰에 참가했던 수강생들이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임신 초진을 어떻게 했나요? 사람마다 배꼽 모양이 다른데 왜 그런가요? 탯줄은 무엇으로 잘랐나요? 그때 받아주었던 아이들이 잘 지내고 안부도 전해주기도 합니까? 위험한 상황은 없었나요? 등등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생명을 받아내는 일. 자연분만 경험이 있는 필자에게는 더욱 그랬다. 산모가 안심을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가족을 대신하여 도와주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인터뷰 과정을 지켜보면서 50년대 누구나 힘들었고 어렵던 시절의 간호 이야기, 60년부터 70년 때까지의 모자보건과 가족 계획에 관한 이야기, 조산원을 운영하면서 만났던 산모들의 출산 이야기 속에서 여성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짧은 시간으로 한 사람의 일생을 기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정확한 기록을 위하여 인터뷰의 하기 전 사전 조사와 더불어 질문이 인터뷰의 내용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창협: 조산원 흔치 않은 일인데, 선생님이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너무 고마운 일이고, 지금까지 정정하시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씀도 해주시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경진: 예전의 전문직 여성으로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김영희: 그때는 힘들었지만 내 직업이니까 반가운 마음으로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했습니다.

지금도 한림에서는 그녀를 영희간호원 혹은 영희산파라고 부른다. 이미 30년 전에 폐원 했지만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고 한다.

기사 작성자 : 바느질 기자단 김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