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단이여!! 보물을 갖기 위해 움직여보자~!!”

 

 

<서귀피안 나이트>

연극의 3요소는 무대, 배우, 관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무대 위에서 배우가 극을 이끌어 가고 그것을 관람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연극이라면, 이제 연극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 관객도 극의 일부에 함께 참여해서 공연을 완성하는 참여형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귀포의 한 도서관에 도적이 된 아이들이 연극수업을 한다는 흥미로운 소식을 접하고 달려가 보았다.


“자, 지난주에 찾았던 보물 주머니 가져가세요~ 돼지, 석기시대, 치킨~!!”

자그마한 퐁낭도서관 한쪽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머니를 나눠주는데, 부르는 이름들이 사뭇 특이하다. 동물, 음식, 역사적 나라이름까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각자 본인들이 불리길 원하는 별명을 선택했다고. 이 시간만큼은 그 별명으로 마치 역할극을 하듯 충실하다.

서귀포의 곳곳을 다니며 도적단 컨셉으로 그곳의 보물을 찾아가는 형식의 수업이라는데, 지난주에 다녀왔던 김영갑갤러리에서 찾은 보물들을 각자의 보물주머니에 정리하며 수업을 시작해간다. 무슨 보물을 어떻게 찾는 도적단인가... 했는데, 가만히 보니 수업 회차별 장소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의미가 담긴 보물들을 찾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간단한 닭싸움 놀이가 끝난 후, 큰 도화지를 꺼내 제주도를 그린 후, 아이들에게 공간을 나눠 각자 제주도에서 먹어본 음식에 대해 그려보도록 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는 곳은 제주도이지만 정작 아이들이 그려내는 음식들은 치킨, 김밥, 햄버거 등등 관광객이 생각하는 토속음식들보다는 일상적인 패스트푸드 음식이 많아 선생님이 제주도만의 음식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해주며 먹어본 적 있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고 한 번 더 이해를 도왔다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의 바람은 이렇다.
“제주도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수업과 모험을 통해 살고 있는 서귀포 지역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사는 동네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이야기 극화를 할 책은 바로 “빨간 암탉” 협동에 대한 이야기인데,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극화하기 위해 각자 하고 싶은 역할을 결정한다.
돼지는 이번엔 암탉이 하고 싶고, 치킨은 고양이를, 석기시대는 돼지를 등등 역할을 나눈 후 각자의 공간을 마스킹 테이프로 만들기 시작한다.

해설가처럼 선생님이 말해주는 문장을 몸과 말로 표현하는 아이들! 순간순간의 선택도 책과는 조금 다르게 이어간다. 결국, 아무도 돕지 않아 빵을 혼자 먹던 책 속의 빨간 암탉과는 달리 아이들은 돼지를 빼고는 함께 도와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극을 마무리했다.

극이 끝난 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이들에게 묻자,
“그냥 도와주고 싶었어요~ 혼자 하는 건 힘들잖아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선택도 바꿔봤어요~”
그 대답이 참으로 간단하고 명쾌하다! 아이들이기에 이것저것 따지거나 고민하지 않고 즉각적인 판단에 움직일 수 있었던 것.
수업을 진행하신 선생님도 실제 이야기 극을 할 때마다 항상 즉흥적으로 달라지는 결과에 재미와 놀라움을 늘 느끼신다고.

특히 마지막 활동에서의 탐험대 전반의 이야기를 모두 정리하면서 극화하는 시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십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알아가고, 다양한 놀이를 통해 직접 경험하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나아가 이 모든 경험을 전체적인 극으로 만들어 가는 것. 연극을 통해 얻는 즐거움을 놀이로 시작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서귀피안나이트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처음 서귀피안 나이트의 연극놀이? 참여형 연극? 에 대해 막연하기만 했던 생각들이 수업을 보며 너무도 명백하게 아~ 이런 식으로, 저렇게 이루어지는 구나!! 라는 깨달음으로 돌아왔던 시간이었다.

최근 오징어게임이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이슈라는데, 그것 역시 본질은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문화. 그 안에 녹아있는 정서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환경이 바뀌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정작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사라지고 있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탐험하고 그 활동 자체를 매번 새로운 놀이로 접목시키며 극화까지 이끌어가는 서귀피안 나이트의 매우 똑똑하고도 멋진 행보를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본다!! 저자의 마음을 훔친 6명의 도적단에게도 아낌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리뷰를 마친다.

기사 작성자 : 바느질 기자단 이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