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교육의 요건을 보여준 빅게임 현장

봉아름작은도서관 「빅게임」

바느질 기자단 김인옥

 

나는 자녀를 창의적으로 키우기 위해 ‘짐보리’ 교육프로그램을 경험한 적이 있다. 아이들의 근육 또는 뇌를 발달시키기 위하여 부모들이 아이들을 가이드에 맞춰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부모-아이의 커플 유아교육이다.

“봉개초등학교 아이들이 넉넉한 도서관장이 열어준 마을 도서관에서 즐김”

이와 달리 빅게임은 부모의 참여 없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고학년 아이들이 참여해서 사회자(facilator)의 역할을 한다. 리더의 역할을 하는 어른들이 오늘 수행하고 싶은 주제를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물으면 그때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이후 4, 5, 6 학년 학생들이 서열이나 성별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칠판에 적거나 아는 게임을 설명한다. 참여자들이 게임수행에 동의하면, 스토리와 역할,미션을 만들고 곧장 실행에 들어간다.

리더는 학교의 선생님처럼 발표자를 지정하지 않으며, 단순히 사회를 봐줄 뿐이다. 진행은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한다. 다만, 아이들이 흥분하여 생길 수 있는 사고를 중재하거나 수습하고, 야외놀이를 할 경우에는 보호자로서 참여하는 것이 ‘작은 공연 예술가’ 소속 선생님들의 역할이다.

2년간 활동공간을 대여하며 빅게임의 활동모습을 객관적으로 지켜본 봉아름작은도서관관장님과 프로그램 담당선생님을 인터뷰하면서 빅게임은 짜여진 틀이 없어도 안전한 교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봉아름작은도서관 역시 청년회를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열린 공간이다 보니, 토요문화교실 프로그램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자연스레 특별한 홍보가 없어도 빅게임을 신청하는 아이들이 많아 선착순으로 선정하고. 통보 없이 불참하면 대기자가 입단하는 것에 대해 사전 동의를 구했다고 한다. 다행히 저조한 참여로 탈락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경험많은 연극기획자와 자기표현과 선택의 자유를 즐김”

오늘의 게임 주제에 맞는 미션을 정하여 함께 어울리는 빅게임에는 승자와 패자도 없고 경쟁도 없다. 자발적인 참여와 평등한 자기표현의 기회가 있을 뿐이다. 다수가 좋아서 결정한 게임에 참여하기 싫다면 공간 한 켠 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더라도 이를 말리거나 제약하는 이는 없다.

참여 학생들의 부모는 빅게임의 조력자로 ‘작은 공연 예술가’ 선생님들과 분장도구와 복장을 만들며 참여한다. 대개 연극이나 페스티벌 등 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기 쉬우나, 이들은 무대를 준비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에 대하여 평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공간에서 와글와글 은근하게 행복한 빅게임 즐김”

이에 반해 이 빅게임은 어떠한가?

한 해의 빅게임 발표자리가 되었던 페스티벌은 부모님들이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자유롭고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는 기획자의 설명을 들었다. 보여주는 교육과 간섭하는 부모가 창의적인 교육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큰 나무 밑에서는 작은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는 선현의 말씀처럼, 아이들 본성에서 우러나는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교육을 실현해야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교육자의 욕심보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바라봐줄 수 있는 작지만 넓은 어른들의 포용력과 관대함이 필요하다는 생각 역시 하게 되었다.

유희의 인간이라 했던가?
어렸을 때 갖고 놀던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말뚝박기 등을 돌아보면, 아이들은 학년에 상관없이 어울려 놀다가 저녁밥 먹으라고 어머니가 부를 때까지 동네를 떠들썩하게 하는 놀이에 여념이 없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베이비붐 세대라 학교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다녔어도, 한글 한 번 제대로 배우지 않고 초등학교를 입학해 교과서를 익혔으며,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놀이는 어떠한가?
일단 학원에 가지 않으면 아이들을 만나기가 어렵고, 몇몇 친구들을 만나서도 갈 수 있는 장소는 게임방, 친구집, 놀이터 등이 고작이거나 놀이공원이 전부이다.

모이면 무엇을 하나?
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핸드폰 문자로 대화하고, 영화를 보며 라면을 끓여먹거나 수다떠는 게 고작이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수동적이고 얌전하다.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착하다고 하는데 확연한 다름이 존재하는 것 같다. 자기 표현이 다소 적거나 눈치를 보며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숙제 등 주어진 일을 꼬박꼬박 해내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원을 다니는 도시 아이들에게 놀 기회를 주어도 만날 친구가 마땅히 없어 잠을 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자유로운 실내 및 야외 빅게임”
빅게임이란 참가자들이 원하는 대로 안팎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연극놀이와 자기표현을 통해 가상의 스토리를 만드는 활동에서 시작된다. 연말에는 연극페스티벌을 통해 성장의 여정을 가늠해보는 일련의 과정이마련되어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물총놀이, 드론 등 미션을 수행하는 다양한 야외활동을 진행하였고, 모임을 자제해야 할 때는 줌을 통해 참가자들이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미션을 수행・공유하는 온라인 활동을 병행하였다. 자발적이고 신나는 놀이의 장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 아이들은 학년에 관계없이 자기표현을 하고, 줌을 통해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빅게임을 이끌어주는 ‘작은 공연 예술가’ 선생님들은 계획하고 교육하기보다 아이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놀이를 실행하도록 조력하고 아이들은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만날 때마다 주제가 바뀌고 프로그램의 흐름이 아이들 의도에 따라 바뀌어 정신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은 공연 예술가’는 연극 공연을 해본 경험을 살려, 아이들이 연극과 유사한 게임을 창작하고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의상과 대상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꺼이 아이들의 동무가 되어 미션을 달성하는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그들은 아이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어른, 피터팬과 같은 존재이다.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자유롭게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 자체이다. 가상현실을 탐닉하는 모습이 아니라 뇌세포가 활성화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 나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실컷 놀았으면 하는 부러움이 생긴다.

왜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보다 또래와 만드는 놀이가 재미있을까?
그건 아마 또래와 공감하며 상상만 했던 것을 함께 실현하는 과정이 신나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재능을 안다지만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게 하기 보다는 학습을 강요하며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것을 주문한다. 이에 반해 ‘작은 공연 예술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안전한 놀이의 장에서 꿈을 펼치게 도와주니 그야말로 신나는 것이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의 빅게임은 미션수행을 통해 봉개초등학생들의 커다란 꿈날개를 펼쳐주는 체험 교육의 장이었다.

기사 작성자 : 바느질 기자단 김인옥